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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우고] 스타트라인 01

*외우고 일본 페러렐

*그러니까 당연히 애들 이름도 일본이름이다




스타트라인

1. 출발선에 서주세요.

 


아침부터 교실이 시끌벅적했다. 늘 수업이 시작되기 전엔 산만했지만 오늘은 평소와는 좀 달랐다. 교실 뒤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여학생 하나를 옆에서 다른 친구들이 달래고 다른 학생들은 놀란 얼굴로 그것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발밑엔 잔뜩 구겨진 노트 페이지와 군데군데 찢겨나가 걸레짝이나 다름없어진 공책 한 권이 나뒹굴었다.

 

벌써 세 번째잖아!!! 이번엔 책은 아니고 공책이니까 고마워해야 해, 내가?!”

나츠키쨩. 진정해. ?”

 

이거 놔! 나츠키가 팔을 크게 흔들자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달래던 여학생이 저만치 떨어져 나갔다. 바닥에 세게 엉덩방아를 찧기 무섭게 드르륵 교실 문이 열렸다. 등교시간이니까 문이 열리는 건 당연하지만, 이른 아침 벌어진 참사에 선생이라도 들어오는 줄 알았던 아이들이 무심코 안도의 한숨을 뱉었다. 그러다 뒷문으로 들어오는 이의 얼굴을 확인하기 무섭게 또다시 어두운 낯빛을 했다.

 

반장.”

 

누군가 조용히 읊조렸다. 무표정한 얼굴로 들어오는 반장, 후지와라 미노루는 본명보다 그렇게 불리는 일이 더 많았다. 미노루는 교실 뒤에 서서 씩씩대며 열을 올리는 여학생을 슬쩍 보더니 어떤 제스쳐나 말도 없이 자신의 자리로 이동했다. 바닥에 떨어진 처참한 꼴의 공책도 봤을 테고, 넘어진 여학생도 봤을 텐데. 교탁 바로 앞자리의 의자가 끌리는 소리가 났다.

 

처진 눈꼬리는 순한 인상을 주지만 이 학교에서 미노루를 아는 학생들은 아무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잠시 찾아왔던 정적은 곧 사라졌다. 미노루가 가방에서 꺼낸 책을 서랍에 채워 넣는 동안 나츠키는 분이 덜 풀렸는지 씩씩대며 자신의 공책을 엉망으로 만든 범인을 찾고자 했다. 이렇게 만든 놈은 잡히면 죽여버리겠다느니, 아주 단단히 미친 또라이가 틀림없다느니. 목소리에 울음기가 섞여들자 지켜만 보던 동급생들도 하나 둘 그녀를 달래려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범인 찾는 거 도와줄게! 근데 어떻게 세 번이나 저러지. 완전 또라이 아냐? 분하고 억울한 마음이 이해 받으니 눈물이 나는 건 순식간이었다. 작게 훌쩍이던 소리가 흐느낌으로 변하고, 엉엉 우는 소리가 교실에 퍼졌다.

 

저기.”

 

아이들의 시선이 교탁을 향했다. 정확히는 그 앞에 앉은 미노루에게 꽂혔다.

 

시끄러우니까 조용히 해.”

 

언제 꺼냈는지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 한 쪽을 빼들곤 등을 돌려 구경하는 무리를 지나쳐 나츠키를 보며 말했다. 여전히 무심한 얼굴로.

 

이런 점 때문에 어느 누구도 미노루를 순한 인상이라 표현하지 않았다. 언제나 그렇지는 않지만. 가끔 보여주는 냉정하다 못해 잔인하기 까지 한 순간을 잊지 못했다.

 

, 오늘 왜 이렇게 조용해?”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한 교실에 낭창한 목소리가 울렸다. 료쨩! 뒷문에 선 스즈키 료타를 발견한 여학생 하나가 이름을 부르자 맞장구치듯 료타가 오른손을 흔들었다. 좋은 아침! 숨 막히는 공기를 무시하고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료타의 옆에서 야마시타 토오루는 상황을 살피느라 여념이 없었다. 무슨 일이지. 의문은 바닥을 난장판으로 만든 너덜너덜한 공책을 보자마자 답이 나왔다. 괜히 끼어들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이대로 두었다간 선생님이 오실 거고, 그럼 일이 커진다. 토오루는 료타를 버려두고 나츠키에게 다가갔다.

 

나츠키. 공책 버려줄까?”

 

답이 없는 그녀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린 토오루가 바닥에 떨어진 공책을 주워 하나씩 포갰다. 나츠키의 눈꼬리에 고였던 눈물이 다시금 흐르기 시작했다. 잇새로 흐른 흐느낌은 료타와 여학생들이 나누는 시끌벅적한 대화에 가렸다.

 

한동안 또 시끄럽겠네. 모은 종이를 문 옆 재활용 바구니에 던져 넣으니 덜커덩 소리와 함께 종이가 결결이 흩어졌다. 꼼꼼하게 적힌 필기가 물에 젖어 일그러져있었다. 꼼꼼하다고 해야 할지.

 

, 야마시타. 분위기 왜 이래?”

! 깜짝이야!”

 

바로 옆에서 들린 소리에 토오루가 화들짝 어깨를 떨었다. 고개를 돌리자 이제 막 등교한 듯 이어폰을 귀에 꽂은 다카하시 켄이 토오루와 눈이 마주치자 이어폰을 빼며 눈썹을 꿈틀거렸다. 소리 좀 내고 와라. 놀란 마음을 가다듬으며 툴툴대는 것을 버려두고 켄은 재활용 박스에 담긴 종이더미를 눈으로 흘겼다.

 

나도 좀 전에 왔어.”

 

입술을 쭉 늘리며 눈짓을 하자 이윽고 켄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반에서 이런 소동이 벌어지면 범인은 늘 비슷했다.

 

이어폰을 주머니에 대충 쑤셔 넣으며 자리로 돌아가려는데 선객이 있었다. 료타는 가까이 다가온 켄을 보며 화들짝 놀란 척을 했다. 어휴, 깜짝이야. 켄켄! 오버 떤다. 아침부터 기운 좋게 외치는 소리에 켄은 눈살을 찌푸렸다. 호들갑떠는 어깨를 밀어내고 자리에 앉으려던 켄이 고개를 돌려 료타를 올려다보았다. 피어싱을 바꿨는지 어제까진 검은색이던 피어싱이 오늘은 푸른빛을 냈다.

 

니 오늘 좀 못생겼네.”

뒤지게 맞고 싶냐?”

내가 뒤지게 맞아도 너보단 나을 거 같은데.”

들었어, 아야쨩? 켄켄은 맨날 나한테만 이런다니까.”

 

울망울망한 목소리에 여자애들이 꺄르르 웃었다. 켄은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갑작스레 화목해진 분위기에 삐죽한 말을 툭툭 내뱉었다. 어느새 자리로 돌아간 나츠키는 책상 위로 엎드려 있었다. 어깨가 아직 잘게 떨리고 있었다. 평소대로 돌아간 학급 분위기가 서러울 만도 하지. 다시 시끌벅적해진 교실을 잠시 둘러본 후 토오루는 자리에 앉았다.

 

 

* * *

 

 

도시락 뚜껑을 열다 말고 료타가 고개를 홱 돌렸다. 옥상 펜스에 기대어 앉은 미노루를 보며 음흉한 미소를 짓더니 들고 있던 젓가락 끝이 미노루를 향했다.

 

아침에 그거 말야, 범인은 미노땅?”

 

이미 짐작하고 있는 일인지 료타를 제외한 세 사람은 깜짝 놀란 표정도 하지 않았다. 미동도 없이 각자 가져온 점심을 셋팅하느라 손을 움직였다.

 

미노땅이라고 하지 마.”

그럼 뭐라고 그래. 미노링?”

그렇게 부르면 죽여 버릴 거야.”

뭔 다 싫대.”

 

툴툴대며 잘 말린 계란말이를 입에 넣고 씹자 단맛이 났다. 설탕보다 소금이 좋은데. 떠오른 생각까지 계란말이와 함께 삼켰다.

 

후보가 두 개 밖에 없으면 나라도 빡치겠다.”

 

빵을 씹으며 말하는 토오루에 료타가 아랫입술을 비쭉 내밀었다. 날씨도 좋은데 옥상 가서 도시락 먹자. 그렇게 말한 게 토오루였다. 웃기지도 않은 이유를 내세우며 옥상까지 올라온 거 보면 분명 아침에 그 사건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일 텐데 아무 말도 꺼내지 않고 태평하게 매점에서 산 빵부터 뜯었다. 토쨩이 안 하니까 내가 했구만.

 

근데 걘 왜? 킷쨩 별로 나쁜 짓할 애 같진 않던데.”

 

킷쨩은 또 뭐냐. 으으.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흔든 켄이 입맛을 다셨다. 료타가 타인에게 이상한 별명을 붙이는 것쯤 적응이 될 만한 사실이었다. 여기 모인 세 사람만 해도 료타에 의해 지어진 별명-본인은 애칭이라 주장하는-이 있었다. 미노땅. 켄켄. 토쨩. 미노루와 달리 두 사람은 더이상 켄이 부르는 별명에 이렇다 할 반응을 하지 않지만, 처음엔 꽤나 싫은 티를 냈다. 특히 토오루의 별명은 하나를 거친 뒤에 정착했다. 루쨩. 그게 뭐냐며 싫다는 소리를 일주일 내내 하고서야 타협을 본 게 토쨩. 루쨩에 비하면 훨씬 나아서 그 뒤론 별말을 안 했다.

 

걔도 너한테 고백했어?”

어떻게 알았지.”

료타 넌 원래 너한테 고백한 애들은 처음에 좋게 말하잖아.”

 

미노루가 도시락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던진 말에 토오루와 켄이 거들었다. 맞아. 전에 누구였지. 옆 반에 사키였나? 걔도 엄청 좋은 애라고 쉴드쳤잖아. 이어지는 말에 료타가 대꾸를 못하고 밍기적댔다.

 

, 세 번은 좀 심하긴 했어.”

 

그제야 옥상으로 불러놓고 화제에 영 관심이 없어 보이던 토오루가 입을 열었다. 빵을 다 먹은 봉지를 쪽지처럼 접느라 손가락이 꼬물거렸다.

 

나도 이제 관두려고 했어. 별로 남은 앙심도 없고.”

좋아. 착하다, 미노루군!”

그럴 때마다 진짜 짜증난다.”

 

하하하. 토오루가 눈을 접고 웃었다. 료타는 도시락을 먹으며 두 사람을 잠깐 지켜보았다. 미노루의 거친 말투는 선생과 다른 학생들이 없는 곳에선 쉽게 튀어나왔다.

 

처음 료타와 켄이 미노루를 알 때만해도 설마 이런 성격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후지와라 병원장 아들. 학급 반장. 성적 우수. 선생님들의 호감도, 신뢰도 맥스. 어딜 보나 그림으로 그려놓은 재수 없는 모범생 느낌이 팍팍 풍겼었는데 토오루와 있던 미노루는 친해져도 좋을 정도로 재밌는 타입이었다. 꽈배기처럼 속이 배배 꼬인 인간은 사고를 몰고다니니 지켜만 봐도 질릴 틈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엔 이유가 뭔데?”

 

나츠키의 경우 첫 번째엔 필기도구의 분실이었고 두 번째엔 참고서 훼손. 그게 아마 지난주였다. 토쨩이나 켄켄은 매번 나한테만 성격이 어쩌고 그러지만, 미노땅 같이 더러운 성격을 내가 어떻게 이기겠어.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걸렸다.

 

보나마나 뻔하지. 자기 물건 함부로 만졌거나 몸에 터치했거나 같은 같잖은 이유 아니겠냐.”

- 완전 미노땅같은 이유네.”

시비거냐?”

 

맞잖아? 켄은 자신의 주장이 틀림없음을 확인사살이라도 하듯 덧붙였다. 가만히 보기만 할 뿐인데도 날카로운 눈매 탓에 서로 노려보고 있는 모양새가 됐다. 무표정한 얼굴로 주고받는 시선에 한숨을 흘리는 건 오늘도 토오루의 몫이었다.

 

그만 좀 싸워라.”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점심 식사를 마친 네 사람은 조용히 옥상을 내려왔다. 두 층만 더 내려가면 교실인데, 반을 남겨놓고 그들을 가로 막는 이가 있었다.

 

단순히 복도를 지나는 중인 듯 했던 여학생이 무심코 고개를 돌리더니 재빨리 계단 위를 보고 멈추어 섰다. 그녀의 몸짓에 따라 허리까지 오는 긴 파마머리가 흔들렸다. 계단 아래에 있기 때문인지 키가 한참이나 작아, 보이는 거라곤 검은색 머리카락과 대비되는 커다란 빨간색 리본이었다.

 

평소라면 료타나 켄을 빼고선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쳤을 이성이지만 오늘은 네 사람 모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계단 중앙에 딱 버티고 선 여학생이 커다란 눈을 부릅뜨고서 미노루를 노려보고 있었다.

 

후지와라 미노루! 나 다 봤어.”

 

헐 대박. 두 칸 더 위에 선 료타가 작게 탄성을 질렀다.






-

존나 내용 없네..천천히 조금씩 쓸거임


*참고*

이종우-야마시타 토오루

권재유-후지와라 미노루

박복-다카하시 켄

석나진-스즈키 료타


내가 지었는데 개잘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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